12시의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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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지금껏 봐 왔던 신데렐라 스토리는 잊어라. 이토록 퇴폐적인 마력을 지닌 신데렐라 스토리는 없었다. 웹소설 <12시의 신데렐라>는 결혼식 당일에 신부가 사라진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랑은 사설탐정에게 경찰들이 신부를 찾지 못하도록 수사를 방해해달라고 의뢰한다. 전직 형사이자 현직 사설탐정으로 활동하는 장영범 경감은 신랑의 의뢰를 접수하고, 신부 실종 사건의 진실에 다가선다.

'한 여자가 있었다.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한 채 살아야만 했던.
자기 이름을 남에게 빼앗긴 것도 모자라, 주홍글씨를 혼자 짊어져야 했던.'
- 61회 中

신부 이야기

‘대기업 후계자 진주양의 신부 신해수가 사라졌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 진실 안에 거짓 같은 진실이 감춰져 있었다. 신부 신해수는 사실 신해수의 동갑내기 이복여동생 신영원이었다.

이름이 뒤바뀌게 된 사연은 죽은 신해수의 아버지가 전 재산을 친딸 신해수에게 물려주면서 시작된다. 계모는 신해수의 재산을 가지려고 친딸 신영원과 의붓딸 신해수의 이름을 바꾼다. 계모는 신영원으로 살아가는 신해수를 학대하지만, 신영원은 심신이 미약해 자신을 죽이고자 했던 친어머니와 정반대였던 계모를 사랑했다. 사랑받고 싶었던 신영원은 계모가 20년간 학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았다.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고 사는 신영원을 사랑해주는 동갑내기 친구가 생긴다. 신영원의 사정을 간파한 보육원 출신 한소정은 신영원의 편에 서서 경찰에 신고하지만, 계모가 한소정을 죽음으로 내몬다. 계모의 품 안에서 머물기 위해 신영원은 경찰 조사에서 학대 사실을 숨기며 한소정을 등진다. 머지않아 신영원은 친구를 죽음을 방조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22번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살을 결심한다. 때마침 공교롭게도 진주양을 처음 만나게 된 신영원은 운명처럼 그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처제와 바람난 개새끼가 알고 보니 버림받은 왕자에 신부를 기다리는 로맨티스트였다.’
- 40회, 장영범 경감의 독백

신랑 이야기

진주양은 기업의 수장인 할아버지의 필요 때문에 태어난다. 진주양의 할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정자를 냉동시킨 후, 대리모를 통해 진주양을 세상에 내놓는다. 내리사랑은커녕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철저한 교육을 받으며 후계자로 성장한 진주양은 인조인간에 불과했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하는 법조차 모르고, 살인 교사를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혈한이 되어버린 진주양은 신영원이라는 껍데기를 쓴 신해수를 사랑하게 된다.

"세상한테서 부정당한 여자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던 남자의 사랑이라. 그런 사랑은 도대체 어떤 형태를 띨 수 있을까."
- 49회,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넋이 나간 노 집사가 장 경감에게

신부 실종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신영원과 신해수의 이름이 뒤바뀌었다는 비밀을 안 진주양은 신영원에게 신해수라는 이름을 되찾아주기로 한다. 신영원이 신해수라는 이름으로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신해수는 신영원이란 이름으로 정신병원에 갇힌다.

결혼식 당일, 신영원은 신해수의 자리를 빼앗은 자신의 모습에서 계모가 친어머니의 자리를 빼앗은 과거를 발견한다. 어느새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계모의 역할을 자처했음을 깨달은 신영원은 또다시 죄책감을 느끼고 결혼식장을 제 발로 걸어나간다.

‘왕자의 사랑을 받는 하녀는 결코 왕자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문율을 깨고 하녀가 왕자를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 49회 中

진주양은 마음만 먹으면 신영원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찾지 않는다. 신영원을 진심으로 사랑한 진주양은 신영원이 제 발로 자신에게 돌아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 사이에 신부 실종 사건의 내막이 드러난다. 진주양의 지시를 받은 장영범 경감은 이제 진짜 신부 신영원을 찾기 시작한다.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그 후로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신데렐라>처럼, 이름 없는 신데렐라와 영혼 없는 왕자님도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러나 조연들에게는 결코 행복한 결말이 아니었다.

신영원의 이름을 앗아간 신해수는 정신병원을 탈출하지만 끝내 죽는다. 신해수를 얼떨결에 죽인 언니 신정원과 계모는 감옥살이를 한다. 친동생인 한소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죽음으로 이끈 계모와 그 일당들의 곁에서 반격을 도모하던 매향은 자살 당한다. 진주양이 차지한 후계자 지위를 탐낸 외삼촌 진두영과, 다른 여자에게 한눈판 남편을 복수하고자 한 숙모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

등장인물들을 뚜렷하게 선인과 악인으로 구별할 수 없었고,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본인들이 자초한 욕심은 화를 불렀고, 화는 불행을 낳았다.

웹소설 연재를 마친 작가는 도덕적인 이야기로 그리기보다는 인물들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소회를 마지막 회의 ‘작가의 말’에 남겼다. 도덕과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담은 <12시의 신데렐라>가 내 가슴에 퍽 와 닿은 까닭은 인물들의 모습에서 지독히도 이기적이고도 외로운 우리, 그리고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악역을 자처하면서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서술 시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작가는 1인칭 시점의 ‘나’를 매번 가꿔가며 서술한다. 초반부에서부터 중반부까지 주로 사건을 파헤치는 장 경감 관점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장 경감의 추측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을 오리무중에 빠지게 한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신영원과 신해수를 필두로 주변 인물들의 속내가 속속들이 밝혀진다. 세밀하게 묘사된 주요 캐릭터들의 내면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인물들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했다.

<12시의 신데렐라>가 단순한 로맨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괜히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를 기대하지는 마시라. 미스터리보다 더 흥미로운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들 간의 아귀다툼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각자 지닌 욕망에 목마른 인물들의 처연한 갈망과 잔인한 쟁취는 덤이다.

내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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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중독자 난나나솨입니다. :D 입에 발린 리뷰 No, 적나라한 리뷰 Yes. blog.naver.com/sak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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