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의 아침

  • By 비비
  • 2017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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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박멸, 맡겨주세요!

좀비 출몰→좀비 확산→인간문명 멸망→극소수의 생존자들로 구성된 자급자족 커뮤니티 등장→좀비vs인간 혹은 인간vs인간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드라마의 전개는 대개 이렇다. 『사형집행인의 아침』 역시 수백 년 전 마녀의 저주로 인해 인간들은 사망과 동시에 좀비가 되는 게 기본 설정이다. 다만 여타 작품과 다른 게 있다면, 혼자서 좀비 수십 마리도 능히 때려잡는 사형집행인들 덕분에 인간 문명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

모든 인간들을 고객으로 둔 사형집행인 혈족은 삼성 뺨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포인트는 인간과 좀비의 사투가 아닌, 3D 전문직 사형집행인의 모험담이다.

철저한 종족 번식과 유지

출처 =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는 11살이 되던 날, 자신이 마법사이며 호그와트에 입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인 루크의 16번째 생일은 해리포터보다 더 파란만장하다. 마을이 좀비로 인해 쑥대밭이 됐고, 뒤이어 사태를 수습한 사형집행인들은 ‘넌 우리 사형집행인 일족의 자손’이라고 출생의 비밀을 대수롭지 않게 스포한다.

“사형집행인 본부에 잘 왔다. 사생아들! 나는 1년 동안 너희들의 훈련을 맡게 된 교관이다.”

단언컨대 스네이프 교수도 이 같은 독설을 내뱉진 못하리라. 사형집행인 혈족이 번식하고 개체 수를 유지하는 시스템은 놀랍도록 철저하다. 남자들은 6개월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여자와 성관계를 맺어 자손을 낳는다.

여자에게는 양육비만 던져주고 남자는 다시 일을 하러 떠나기 때문에, 자연히 아기는 사생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16살이 되면 본부가 거둬서 사형집행인으로 교육시킨다. 좀비 대적 능력은 오직 혈통에 의해서만 유전되며, 항상 죽음과 마주하는 직업 특성 상 때문에 이토록 번식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사형집행인을 탐내는 이들은 너무나 많다. 혈족은 납치와 습격에 대비해 철칙 하나를 세우는데, 그게 바로 ‘피의 복수’다

출처 = 드라마 <왕좌의 게임>

“피의 복수를 위해서 출정하라!”

부대장 격의 사형집행인이 외침과 동시에 열두 필의 말들이 도시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경비들은 피의 복수가 선언되자 황급히 자리를 비키곤 성문을 열었다.

사형집행인을 건드리면 그게 왕족이든 누구든 간에 곱게 죽기는 글렀다. 피의 복수는 곧 적의 말살을 뜻하기 때문. 생사혈투에서 자비는 사치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조리 처리하는 혈족의 모습은 비장함과 동시에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생을 살아왔는지가 절로 느껴졌다.

다 같이 돌자, 대륙 한 바퀴

최우수 교육생으로 졸업한 루크는 최고의 전투 기술을 배워오라는 스승의 명에 따라 대륙 각지로 파견을 나간다.

소국 간의 공성전이 끊이지 않는 동부에서는 검을 드는 용병으로 황야의 무법자들이 득실대는 서부에서는 권총을 쏘는 보안관으로 그나마 평화로운 남부에서도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적의 본거지에 잠입하기까지.

이 소설은 한 편의 ‘세계전투기행’과도 같다. 루크의 여정을 따라가면 마법사, 검사, 궁수, 그리고 스나이퍼가 차례로 등장하다가 마침내 한 데 어우러지는 대전투를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지역에 따라 다른 인간들의 이해관계가 빚어낸 촌극과 비극은 놓쳐선 안 될 하이라이트다.

The North

출처 = 드라마 <왕좌의 게임>

사형집행인의 아침』은 북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녀의 저주로 인해 사시사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곳, 비밀을 발설할 경우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침묵의 룬’을 새기게 하는 곳, 루크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지부장이 있는 곳…

초반부터 루크의 족보가 조작됐다는 떡밥을 흘린 작가는 이후에도 간간이 출생의 비밀을 강조한다. 그리고 모든 의문점은 북부에 가면 풀릴 것이라는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어쩌면 대륙을 떠돌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루크가 마녀의 저주를 풀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결과를 떠나서 잠시도 긴장을 못 풀게 하는 루크의 모험담은 과정 자체만으로도 재미가 있을 거라고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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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스토리라면 국경도 장르도 따지지 않는 원숭이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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